보도자료·발표문
역대 상사법학회장 초청 상법개정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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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상사법학회장, 상법개정안 글로벌스탠더드 위배... 개정반대
<「역대 상사법학회장들에게 묻는다 : 상법 개정, 이대로 좋은가」좌담회>
-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직접 규정한 입법례 없어
- OECD국가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 국가 드물고, 일본은 부작용으로 폐지
-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위헌 소지있고 해외사례도 없어
- 상법 개정된다고 주가 오른다는 보장 없어... 오히려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
☞ 기업 주가는 회사의 성장가능성,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펀더멘털이 좌우
- 악성 펀드 ‘단기 차익 거두기용 수단’ 우려되는 상법개정 지양해야
역대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은 이사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는 2월 19일(수) 오후 2시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공동으로 역대 한국상사법학회주1) 회장과 전문가를 초청하여 상법 개정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 주1) 한국상사법학회 : 1957년 창립한 상사법(商事法) 분야 가장 오래된 학회로서, 학회 논의 결과는 상사(商事) 법제 마련과 법원 실무에 많은 영향을 줌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상법 개정에 신중할 것을 수 차례 호소했지만, 이런 경제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외면받고 있다.”면서,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사들은 불만을 가진 주주로부터 소송과 고발에 시달릴 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국내외 투기자본에 노출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소중한 자금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지분 매입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역대 상사법학회장들, 상법 근간을 뒤흔드는 법 개정 반대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이사의 역할이나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수없이 많은 결의주2)를 하는데, 이런 통상적인 이사회 결의에 매번 모든 주주 이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사들이 부담하는 소송 리스크가 큰데, 경영판단 순간마다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피소(被訴)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주2) 상법상 이사회 주요 결의 사항 : 계열사 합병이나 분할, 분할회사의 상장, 포괄적 주식 교환ㆍ이전,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 전환사채 등 발행, 이익배당, 중요자산 처분ㆍ양도 결정, 유상증자, 신사업 진출, 계열사 지원, 임원보수 결정, 자산 매각 등
이런 현실적 문제와 함께 상법 개정안이 회사와 이사 간 수립된 법적 위임관계를 무너뜨리는 법리적 문제도 지적했다. 주총에서 선출된 이사는 법적 위임계약을 회사와 맺고, 이 계약에 따라 회사 대리인으로서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민법상 위임의 법리(민법 제680조)를 상법이 따른 것인데, 개정안은 이런 법리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기 어렵다는데 한 목소리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사가 개별주주와 직접 거래하거나 별도의 추가계약이 있거나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사기행위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주 일반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판례이자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판례에서 이사에게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 역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사들의 의무가 개별주주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회사의 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주주의 ‘단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상법 株價 올리는 법 아냐…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초래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하다고 해서 그 원인을 상법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라며, “상법개정은 주가를 끌어 올리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기업 가치만 깎아내릴 수 있다”고 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 영업이익, 매출 등의 펀더멘털과 이에 대한 예측에 연동하여 결정되는 것이다.“고 강조하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수차례 법 개정이 있었지만, 상법이 개정되었다고 주가가 오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출시 의결권 제한…해외 입법례 없고 이사회 파벌싸움만 초래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의 문제점도 나왔다. 최준선 교수는 “멕시코ㆍ칠레를 제외한 OECD 회원국 중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고주3), 일본도 과거 집중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주주 간 파벌싸움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1974년 이를 회사 자율에 맡겼다.”고 했다.
* 주3) 캐나다는 정관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집중투표제를 허용.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멕시코(포이즌필, 차등의결권), 칠레(차등의결권)는 한국과 달리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을 3%만 허용하는데, 이러한 의결권 제한 역시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헌법에서 보호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회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사회의 효율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나아가 기업 밸류업과 주주 보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학계도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권 위협 증가 우려
한 조사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이 2019년 8개사에서 2023년 77개사로 9.6배 급증주4)했다. 이 상황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 주4) Diligent Market Intelligence, Shareholder Activism Annual Review 2024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석훈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보았다.
원래 경영권 분쟁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 회사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 수단이 더 늘어나게 되면서주5) 지배구조가 안정된 대규모 상장회사도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 보호 효과는 미미한 반면, 국내외 헤지펀드만 단기차익을 올리게 해주는 역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 주5)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이정문 의원 대표발의) : 이사 충실의무 확대,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2인 이상 분리선출, 이사회 내 독립(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
좌장을 맡은 최준선 교수는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상법 개정 이슈를 소수주주권 강화나 지배주주-소액주주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현실은 악성 펀드들의 ‘단기 차익 거두기용’ 수단으로 상법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수주주 보호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상법 개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첨부] 좌담회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