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Advice
스마트 기술과 AI,
골프공을 진화시키다
기술 발전이 골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골프의 핵심 장비인 골프공 역시 단순한 소모품에서 첨단 과학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장비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평균 지름 4.3cm, 평균 무게 45g에 불과한 작고 가벼운 세계에 놀랍도록 정교한 기술이 숨겨져 있다.
글 전순용 골프 칼럼니스트 겸 공학박사
첨단 과학의 결정체, 골프공
골프공의 기술적 혁신은 특허 출원의 변천으로 드러난다. 과거에는 비거리 증대, 스핀 조절 등에 초점을 맞춰 골프공의 외형 디자인이나 내부 재료와 관련된 특허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골프공 내부에 전자칩을 삽입해 특정 기능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궤도 추적, 경기 데이터 생성 등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한 골프공 개발과 활용에 대한 출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장된 센서와 GPS 기술로 플레이어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되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스윙, 거리, 정확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0년 ‘GPS가 내장된 골프공’(출원번호 1020100066112)은 공의 위치를 추적하는 한편 압전 소자를 통해 자가 충전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골퍼들이 타격한 다수의 골프공 탄도를 동시에 추적하는 분산형 센서인 ‘골프공 위치 추적 시스템’(출원번호 1020220026170)과 가상의 시뮬레이터를 통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골프공의 타격 결과를 알아내는 방법 및 이를 이용하는 가상 골프 장치’(출원번호 1020220061909) 등도 2022년에 출원됐다. 이처럼 골프공과 관련한 특허는 단순히 공의 소재나 형태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내장된 센서와 GPS를 통해 공의 속도, 회전, 궤적 등을 분석하고 AI가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골프공, 더 똑똑해지다
스마트 골프공은 스윙 속도와 각도, 타구의 궤적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플레이어가 더 나은 스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골퍼의 스윙 패턴을 학습해 홀 공략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골프공에 대한 기업들의 혁신적 시도는 업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스마트 골프공이 시장에 등장한 이래, 골프공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첨단 과학의 결정체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 기업 ‘그래프 골프’(Graffgolf)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 골프공을 출시한 이래 국내외 유수의 기업이 스마트 골프공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골프공 기술 개발의 방향성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형상과 재료, 기능의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비거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는 선수는 거의 없었으나 클럽과 골프공의 성능 향상 덕분에 현재는 PGA 투어 선수의 과반이 300야드를 넘기는 추세다. 그러나 경기장 규모를 변경하는 대신 골프공의 성능을 조정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 아래, 최근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아일랜드골프협회(R&A)는 비거리 증가를 억제하는 새로운 골프공 성능 규정을 확정했다. 현재 사용하는 공은 2028년부터 공식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과는 별개로 IT 기술과 AI 플랫폼이 교차 접목된 스마트 골프공은 분명히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2018년 그래프 골프사에서 출시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 골프공
미래의 개인별 라운드 경험
스마트 골프공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의 결합을 통해 개별 플레이어의 라운드 경험이 더욱 개선될 것이다. AI는 개인의 플레이 이력을 분석해 골프장의 특성과 플레이어의 실력에 맞춘 최적의 클럽과 전략을 추천하는 등 ‘AI 캐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개인이 경기 기록을 직접 정리해야 했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의 기록 과정 없이도 모든 라운드 정보가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여기에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이 더해져 플레이어에게 최적의 스윙 방법을 제안하는 정교한 피드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AI는 플레이어의 체형, 스윙 스타일, 경기 조건 등을 종합 분석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골프채 제작까지 가능하게 만들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골프를 더욱 과학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스포츠로 변화시키는 한편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골프의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쉽고 재미있게 즐기게 될 것임은 물론 향후 골프 문화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