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Issue & Trend
무모한 도전을
성공시키는
음악의 힘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회장

하트-하트재단 산하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며 장애인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문 문화예술 단체다. 2006년 창단한 이래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 센터와 프랑스 파리의 살 가보 극장 등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해 왔다.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회장을 만나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지닌 음악의 힘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 김혜원
사진 신규철
올해 3월 하트-하트재단은 설립 37주년을,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창단 19주년을 맞이했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트-하트재단은 1988년에 설립된 글로벌 NGO로서 소외된 이웃의 역량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해외에서는 안(眼)보건 시스템을 중점으로 특화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특히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해 문화 복지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러 문화예술 단체 중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발달장애가 있는 개인 연주자의 소식은 가끔 접하셨겠지만 발달장애인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바로 발달장애의 일반적 특성 때문인데요.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지능, 집중력, 사회성 등이 낮습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세상에 빠진 경우가 많기에 타인과의 교류가 어려운 편입니다. 따라서 여러 연주자의 조화가 중요한 협연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재단 설립자이신 신인숙 이사장님은 그런 편견에 도전해 보자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셨어요. 근사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무모한 도전 같겠지만 그래도 해 보자고 말이죠. 이제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곤 합니다. 19년간의 여정은 때로 고단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었습니다.
창단 이래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선 횟수만 총 1,300여 회에 달합니다. 그 너머의 시간들이 궁금해지는데요.
창단 당시 오케스트라 단원은 고작 여덟 명이었습니다. 그중 악기를 다루는 단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악보를 읽지 못하는 단원도 있었죠. 말 그대로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한 시간의 연습도 힘들어하는 단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가 청중 앞에 서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모두가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단원들을 가르치는 연주자와 지휘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재단 담당자는 물론 단원의 보호자들도 무척 애를 쓰셨어요. 무엇보다 우리 단원들이 가장 고생했습니다. 서툴지만 음을 하나둘 짚어 내고 매끄럽게 한 곡을 연주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꾸준한 개인 연습을 바탕으로 전체 합주를 주 2회 이상 실시했습니다. 19년에 걸친 인내와 노력이 우리 오케스트라를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창단 초기 첫 정기연주회를 위해 <사랑으로>라는 곡 하나를 연습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는데요. 요즘은 웬만한 교향곡은 두 달 정도 연습하면 충분합니다. 다들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연습하는지 몰라요. 규모 면에서도 엄청나게 성장했죠. 이제 34명의 단원을 갖춘 어엿한 오케스트라가 됐거든요.
앞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캔 두 스피릿’(Can Do Spirit), 즉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사실 우리 오케스트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전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모하죠. 하지만 어려움이 있어야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자신과 서로에 대한 무한한 믿음으로 묵묵히 걸어 왔습니다. 믿음은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은 다시 가능성으로 바뀌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어요. 이제는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운영에서 가장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첫째는 단원들의 행복입니다. 재단에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는 했지만 단원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단원 스스로 악기 연주에 흥미를 느끼고 오케스트라 활동에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억지로 연습을 시키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더라도 결코 지속될 수 없으니까요. 특히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하는 기쁨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음악을 통한 자립입니다. 저는 우리 단원들이 ‘발달장애인 연주자’가 아니라 ‘전문 연주자’로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무대에 당당히 서면 좋겠어요. 그러면 경제적인 자립도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되겠죠.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다시 한번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단원이 급여를 받는 전문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트하트 아트앤컬쳐(Art&Culture)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인데요. 발달장애 예술인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주 활동을 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기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 재단의 비전이자 보람입니다.
2018년 하트-하트재단 회장으로 취임하신 뒤 오케스트라의 7년을 지켜보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2024년 파리 패럴림픽 기간에 유럽 순회 공연을 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공식 문화행사로 인정받으며 파리 올림픽 ‘문화 올림피아드 라벨1’을 획득했고,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재외문화원 순회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돼 해외에 한국의 문화예술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루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살 가보(salle Gaveau) 극장에서 프랑스 주재 각국 외교관과 공관원, 유네스코(UNESCO) 관계자, 프랑스 문화예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1,200명을 모신 가운데 공연을 했는데요. 프랑스의 국민 샹송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을 연주하는 순간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앙코르 곡으로 프랑스 국가도 연주해 드렸어요.
- 1.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예술과 스포츠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단체를 심사해 부여하는 인증

작년 12월 18일에는 한경협 수요로비음악회에 초청받아 하트윈드퀸텟 앙상블이 FKI타워 1층 로비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였는데요. 한경협과 인연을 맺게 되신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해 애쓰는 한경협과 기업 관계자분들 앞에서 우리 음악을 들려 드려서 기뻤습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찾아 주시고 장애 예술인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단원들이 전문 예술인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악의 힘으로 편견을 없애고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죠.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며 새로운 문화 복지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음악으로 차별 없는 세상,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실제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롤모델 삼은 장애 예술단이 전국 각지에 창단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잘해야겠네’ 하는 책임감도 무겁게 실감합니다.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고요.
앞으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게 될까요?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공연장의 관객과 행사 목적 등에 따라 앙상블별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레퍼토리를 확장해서 다양한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연주의 영역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어요. 일례로 2024년 정기연주회에서 드보르자크의 8번 교향곡 전 악장을 연주했습니다. 전 악장을 연주하는 데는 무려 40분 정도가 걸려요. 그런데 도전이라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완전히 새로운 자극을 주잖아요. 한두 곡을 연주한 후 물을 마시고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던 단원들도 무수한 연습 끝에 전 악장을 연주해 냈어요. 최근에도 어려운 곡에 도전해 보겠다고 다들 성화예요. 이렇게 레퍼토리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객석에서 즉흥적으로 신청받아 연주할 날도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오는 8월에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오사카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12월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가 확정됐고요. 문화예술 소외계층이 음악을 접할 기회가 되는, 음악과 함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공연 등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나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을 갖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왼쪽부터 김동균·이영수·이준범·임선균·최훈 단원
Q. 다른 악기와 협연하면서 어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임선균 단원│플루트 혼자서 열심히 하면 되는 솔로 연주와 달리 오케스트라는 제 파트가 돋보여야 할 때도 있고 다른 파트를 빛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옆 연주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휘자 선생님의 지휘에 집중해야 해요.
최훈 단원│플루트 그래서 악보를 기본으로 서로 음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준범 단원│오보에 될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 어느 순간 화음이 딱 맞춰져요.
Q. 오케스트라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A.
이영수 단원│플루트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김동균 단원│플루트 단원들과 음악으로 어울리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Q. 한경협 수요로비음악회에 초청받은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준범 단원│오보에 연주자와 관객이 감정을 주고받으며 호응하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영수 단원│플루트 주최 측의 세심한 준비와 관객분들의 환영이 잘 느껴져서 연주자로서 무척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최훈 단원│플루트 2024년 마지막 공연을 긴장하지 않고 마무리해서 뿌듯합니다.
Q. 앙상블 동료에게 한마디 전하신다면요?
A.
김동균 단원│플루트 행복한 연주자로서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합시다.
임선균 단원│플루트 어느 파트도 없으면 안 되는 우리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랑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