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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와 CEO,
리더십의 교향곡을 연주하다

수십에서 100여 명에 이르는 연주자가 각자의 악기로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은 웅장한 생명력 자체다. 이러한 오케스트라의 한가운데에는 마법사처럼 지휘봉을 휘두르는 ‘마에스트로’, 즉 지휘자가 있다. 지휘자는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메트로놈이 아니다. 작곡가의 영혼에 깊이 공감하고, 연주자들에게 영감의 불꽃을 심어주는 음악의 연금술사. 마치 기업의 CEO처럼 지휘자는 리더십을 발휘해 최고의 음악을 관객 앞에 내놓아야 한다.

양형모 음악 칼럼니스트

지휘자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CEO는 경영이라는 언어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CEO는 기업을 이끌고 세상의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다.

지휘자, 그들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

지휘자의 기원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시대 벽화에도 손짓이나 지팡이를 사용해 음악을 지휘하는 모습이 등장할 정도다. 물론 오늘날의 지휘자와는 모습이 다르지만, 음악을 통제하고 조율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보여주는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음악이 발전한 중세에는 지휘자가 성가대를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손짓이나 발을 구르는 식의 단순한 지휘였지만, 음악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지휘자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졌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작곡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눈앞에서 연주되는 작품을 작곡가만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바로크 시대(1600~1750)에 이르자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지고 음악이 복잡해지면서 지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에는 주로 쳄발로 연주자가 지휘를 겸했는데, 쳄발로를 연주하는 동시에 다른 연주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식이었다. 오케스트라에서 화성의 중심을 잡는 중요한 악기인 쳄발로를 연주하는 이가 지휘를 맡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고전 시대(1750~1820)에는 작곡가가 직접 지휘하거나 제1바이올린 연주자가 지휘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제1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의 멜로디를 주도하는 악기였기에 연주와 지휘를 겸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낭만 시대(1820~1900)는 지휘자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다. 오케스트라가 지금과 비슷한 규모를 갖추게 됐고, 음악이 복잡해지고 감정 표현도 풍부해지면서 지휘자는 독립적인 역할로 자리 잡았다. 지휘봉을 사용한 것도 이 시대부터로 보면 된다. 특히 낭만주의 음악은 감정 표현과 개성을 중시했기에, 지휘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단원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지휘자가 사라진 오케스트라, 그 혼란 속으로

만약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매치를 앞두고 감독이 사라진 축구팀이나 선장 없이 항해하는 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첫째, 통일성이 부족해진다. 지휘자는 곡의 템포와 리듬을 결정하고 유지하며, 각 악기 파트의 음량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지휘자가 없으면 연주자마다 템포, 리듬, 음량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 곡의 균형이 깨지고 통일성을 잃을 수 있다. 마치 합창단에서 각자 다른 음으로 노래를 불러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다. 둘째, 음악적 표현이 제한된다. 지휘자는 곡의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하고, 단원들에게 이를 전달해 섬세한 연주를 끌어낸다. 지휘자가 없으면 곡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색감 빠진 흑백사진처럼 음악이 밋밋해질 것이다. 셋째, 리더십이 부재하게 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단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끌어간다. 지휘자가 없으면 단원들은 각자 자신의 연주에만 집중하게 돼 전체적인 협력이 어려워지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지휘자와 CEO의 공통점

이런 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기업의 CEO는 닮은 점이 많다. 심지어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기업처럼, 기업을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지휘자와 CEO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끌고 조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지휘자와 마찬가지로, CEO는 기업의 비전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뛰어난 조율 능력과 협업 능력은 필수다. 책임감과 결단력 또한 공통점이다. 지휘자는 연주회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몸으로 짊어져야 하기에 중요한 순간에 망설임 없이 결단력을 발휘한다. CEO도 기업의 성과와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책임을 지고,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도 결단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처럼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기업 CEO는 모두 조직을 이끌고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이며,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지휘자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CEO는 경영이라는 언어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CEO는 기업을 이끌고 세상의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