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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미래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정책 과제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는 이미 시작됐다. 대형 언어 모델(LLM)의 등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인공지능 가속기와 데이터 센터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가 폭발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제1차 반도체 파도는 1980년대 초 PC 시대와 함께 도래했다. 이 시기에 PC가 상용화되면서 계산을 위한 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DRAM 메모리가 필요해졌다. 우리나라는 1983년 국내 최초의 64K DRAM을 개발한 후, 1990년대 초 4M DRAM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했다. IMF와 리먼브라더스 사태 동안 일본, 대만, 독일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과의 2·3차 DRAM 전쟁을 통해 우리나라는 DRAM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전 세계 PC 시장이 포화되면서 글로벌 DRAM 성장이 둔화됐는데,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제2차 반도체 성장 파도가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DRAM, NAND 플래시 메모리 등 추가적인 반도체가 필요하게 됐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는 무선 인터넷 시장을 활성화해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게 했다. 제2차 반도체 성장 파도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잦아들었다. 이후 LLM의 등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인공지능의 학습 및 추론 작업을 위한 인공지능 가속기와 데이터 클라우딩용 데이터 센터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다시 한번 성장하는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가 시작됐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8년 DRAM 및 NAND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각각 920억달러(약 128조원)와 820억달러(약 114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4.3%를 예상하고 있으며, 2028년경 시장 규모가 약 1,600억달러(약 21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시장의 47% 수준이나, 2028년경에는 메모리 시장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는 인공지능 가속기와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며, 인공지능 가속기는 고성능 GPU와 8~12개의 고대역폭 메모리(HBM)1를 통해 구현된다. 생성형 AI는 인공지능 가속기를 1,000개 이상 사용하며,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양의 CPU와 메모리 용량을 필요로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향후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더욱 높이고 크게 만들 것이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와 자율 주행 자동차 분야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2030년경 탄소 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전기차는 약 1,000개의 반도체를 사용하며, 자율 주행차는 약 3,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전기차 외에도 로봇, 드론, IoT 및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어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가 시작됐음을 시사한다.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맞이하며
세계 각국은 정부 주도하에 반도체 성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수립을 통한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타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

인공지능 등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각국에서 주도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반도체 성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과 IT 산업에 필수적인 선단 파운드리의 생산 능력을 상향해 2032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량의 24%를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법(CHIPS법)을 제정하고, 총 527억달러의 재원을 투자해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선단 파운드리 공정 설립 시 인텔 85억달러, 대만 TSMC의 경우 66억달러, 한국의 삼성전자에는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유럽 역시 EU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10년간 약 60조원을 지원하고, 인텔 및 글로벌 파운드리의 선단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며, 투자금의 30~4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목표했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선언하며 TSMC 파운드리 1·2공장 유치 시 10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에 더해 선단 파운드리 산업의 진입을 위해 1차적으로 라피더스를 설립하고, 약 50조원을 투자했으며 라피더스의 기술 적용을 위한 LSTC에는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대만도 최근 반도체법을 제정해 향후 10년간 약 12조3,000억원을 투자해 TSMC 등 선단 파운드리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지원금으로 약 180조원을 투자해 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선단 파운드리 사업을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먼저 타기 위해 미국, 대만,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파도에 타기 위해 타 국가만큼의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정부의 정책 수립을 통한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K-반도체 특별법, 쟁점은 제정 여부 아닌 속도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매우 어렵다. 용인 클러스터의 경우도 8년이 지나 2027년 말에 첫 번째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반면 우리 경쟁국인 대만은 정부에서 사전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이 필요시 분양하는 형태로 신공장 구축에 2년이 소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공장 구축이 경쟁국 대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전력, 용수, 폐수처리, 도로, 신재생 에너지 등의 신속한 인프라 구축 지원과 인허가 및 규제 신속 처리를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타이밍과 원가 경쟁이다.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원가 경쟁력을 위해 넓은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메모리 공장 신설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 생산 시설에 투자해도 보조금이 지원된다. 우리나라도 선단 파운드리, 첨단 메모리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차세대 전력 전자 반도체, 반도체 소부장의 새로운 생산시설 구축 및 R&D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이 필요하다. 또한 반도체 기술의 빠른 변화를 고려한 첨단 전략 산업 항목의 수정 및 보안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R&D 및 생산 시설 구축에 대한 세액공제 연장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K-반도체법이 반드시, 신속히 제정·실행돼야만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28년 시장 규모 전망

DRAM 메모리

920 억달러(약 128조원)

NAND 플래시 메모리

820 억달러(약 114조원)

AI 반도체

1,600 억달러(약 215조원)

선단 파운드리, 승자는 하나뿐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GPU, AP 등과 같은 선단 파운드리 제품에 대한 파운드리 사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현재 이 분야의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선단 파운드리는 대만과 한국이 주도하고 있고, 최근 인텔이 진입했다. 그러나 선단 파운드리의 경우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1등만이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제3차 반도체 성장 파도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인공지능 분야 등의 팹리스, 선단 파운드리, HBM, PIM2, CXL3, eSSD4다. 선단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를 추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선단 파운드리 R&D와 국내 선단 팹 투자 시 미국처럼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제조 강국으로서 1년에 1nm씩 공정 미세화(Scaling down)를 해오고 있으며, 지속적인 신규 반도체 장비의 투자 진행으로 인해 유휴 설비가 나오고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파운드리 사업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미래 시장이 큰 전기자동차(약 1,000개 반도체 사용)및 자율주행자동차(약 2,000~3,000개 반도체 사용)의 차량용 반도체와 SiC5와 GaN6 기반 차세대 전력전자 반도체가 적합한 파운드리 사업이다. 파운드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 시 해외 정부처럼 보조금을 지불해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기업에서 사용되는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율은 30 및 10% 이하다.
장기적으로 국내 소부장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시대의 IT·BT·CT 중심 첨단 R&D 메카 판교테크노벨리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강화를 위한 민간·정부의 노력 필수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사용하는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율은 30 및 10% 이하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의 불안정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는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소부장의 매출 및 이익 규모로 보면 미국과 일본 소부장 업체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소부장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소부장 기업의 미래 반도체 소부장 기술 R&D 지원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수요 기업인 반도체 제조기업들은 오픈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기술 개발과 평가 설비 인프라를 제공하는 12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소부장 테스트 베드가 신속히 구축돼야 한다.

AI 산업은 제2의 판교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우수한 인력들이 새롭게 AI 관련 벤처를 설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sLLM7과 온디바이스 AI 분야는 벤처들의 설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AI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전문가들에게 커다란 시장이 열릴 것이다. 벤처는 사업의 데스 벨리(Death valley)를 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국가 AI 데이터 센터, AI 기술 개발 및 실증화 사업 R&D, 초기 벤처 투자 펀드 확장 등의 정부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반도체 연구원 설립 실현, 선택이 아닌 필수

우리나라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비중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GDP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첨단 제조 산업으로 글로벌 경쟁이 매우 심하고, 통상 이슈가 큰 분야다. 이러한 반도체 분야의 미래 성장기술과 정책, 통상 이슈, 사회 이슈를 연구하는 국책 연구원이 필요하다. 현재 KIET에 겨우 2명의 반도체 전문 위원이 반도체 산업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반도체 연구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 전략의 필요성

세계는 현재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경쟁 중이며, 각국은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105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Commerce R&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은 매년 1만명의 신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고, 약 665억원을 투자해 400명의 박사급 인력을 양성 중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연 20만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를 설립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카이스트 등 11개 대학과 협약을 통해 매년 510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반도체 관련 전공자는 연간 3,600명 정도 공급되고 있으며, 석박사 과정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기업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3,000명, SK하이닉스는 약 1,700명, 기타 반도체 기업들은 총 7,0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이공계 및 의대 선호 경향이 반도체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만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공급하며, 우수 인력은 공대를 선호하고 TSMC 입사를 희망한다. 이러한 인재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의 장기적인 인재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 산업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운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특성화 대학원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외국인 석박사 졸업생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취업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정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