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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경영 환경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기업의 전략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며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한경협은 국제경제 분야 글로벌 싱크탱크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해 트럼프 2기의 정책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담 포젠(Adam Posen) PIIE 소장과 제프리 쇼트(Jeffrey Schott) PIIE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에 나서 한국 기업인들을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 신규철, 김동열

아담 포젠(Adam Posen) 이미지

아담 포젠(Adam Posen)

  • 美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트럼프 2기 정책 변화로 인한 한국의 도전 과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

한국, 중국, EU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와중에도 트럼프 2기의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5% 정도를 기록하며 건실한 성장 추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상승률 또한 현재 연준(Fed)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후에도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는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견고한 성장세는 미국 달러화가 다른 국가의 통화 대비 가치가 높은 ‘강(强)달러’ 현상을 부추길 것이고, 이는 트럼프 2기 미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로 인해 현재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2025년 3분기에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추세를 벗어나 다시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으며, 2026년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있어 금리의 상방 리스크가 존재한다.
미국의 강한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근로자 1명당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하기에, 이로 인해 기업의 추가 고용비용 지출 등으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2005년 이후 미국의 노동생산성 추이를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특히 코로나 시기 이후 증가율이 가속화됐다. 코로나 시기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음에도 미국의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에 실직자들이 정말로 필요한 산업군에 다시 고용되면서 이전보다 효율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들어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업들이 업무 환경에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앞으로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의 5대 주요 정책 변화

트럼프 2기는 이민, 관세, 규제, 연준 독립성, 연방 예산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른 정책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강경한 이민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 20일 취임 직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추방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 추방에는 많은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대중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를 실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취임 직후 최소 3만명에서 5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가 이민 정책과 더불어 관세 인상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낸 만큼 취임 직후 관세 인상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 인상의 정도와 압박 강도는 국가별로 다를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서는 강경한 표적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는 관세 인상이 미국과의 거래를 위한 하나의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향후 다가올 미국과의 거래에 있어 관세 인상 위협에 맞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고려해야 한다.
셋째, 규제 완화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실행된 에너지 및 환경 관련 규제들을 폐지하거나 집행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각종 행정명령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넷째, 연준의 독립성 약화다. 연준은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미국의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의 이중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 정책을 결정하지만, 트럼프 2기에는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요인 중 하나는 고금리의 지속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또한 트럼프는 2019년 당시에도 경기 둔화를 방지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취임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연방 예산의 대대적인 변화다. 트럼프가 공언한 감세정책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관세 인상분으로 일부 상쇄하고,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계획이기에 향후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담 포센(Adam S. Posen) 이미지

“트럼프 2기는
이민, 관세, 규제,
연준 독립성, 연방 예산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정책 변화를 보일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이민, 관세, 규제,
연준 독립성, 연방 예산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정책 변화를 보일 것이다.”

한국 경제가 마주할 기회와 혼란의 교차로

그렇다면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모두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의 강한 성장세는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환경·에너지 분야의 규제 완화를 통한 에너지 보급 확대로 한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성장세로 인한 ‘강(强)달러’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야기하고, 한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화의 약세로 인해 한국으로부터 유출된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원화의 가치는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의 지속, 2025년 3분기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재개,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 정책은 모두 ‘강(强)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다. 1980년대의 플라자 합의처럼 다자간 조정을 통해 달러화의 강세를 시정했던 일은 트럼프 2기에는 없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화의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강(强)달러’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트럼프 2기의 한국의 생존 전략

트럼프 2기에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한국과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은 소위 ‘미국 요새(Fortress America)’, 즉 미국이 관세 등으로 주변에 쌓아둔 높은 장벽 안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반도체 및 자동차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확대한 것처럼 미국 시장의 장벽 안에 들어와 미국에 투자하면서 미국과 우호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나가야 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 이외의 국가들로 시장을 다각화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출범시킨 경제 협정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트럼프 2기에 들어서며 WTO 체제 등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흔들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호주·캐나다·EU 등 다른 주요국들과 함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유지해나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 집권 시절의 여성 경제활동 확대 정책인 우머노믹스(Womanomics)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본·인재 유치 측면에서 점차 덜 매력적인 시장이 될 전망이다. 지금이 한국이 기회를 포착해야 할 때이며, 보다 나은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한국이 지닌 개방성과 민주주의라는 강점을 살리고 유연한 비자 발급 제도 등의 인센티브를 더해 적극적으로 해외 인재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제프리 쇼트(Jeffrey Schott) 이미지

제프리 쇼트(Jeffrey Schott)

  • 美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2기의 정책 변동과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방안

트럼프 2기의 정책 우선순위와 영향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직후 즉시 우선순위에 있는 6개의 정책부터 집행할 전망이다. 집권 전부터 이미 주요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밝히는 신호를 보이면서 우선순위 정책에 대한 강한 집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의 2017년 감세 관련 정책을 개정·연장해 감세 관련 정책을 재편해나갈 것이다. 둘째, 불법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할 것이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 대한 보답의 일환으로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불법 이민자 추방을 집행할 것이다. 셋째, 대중국 압박을 강화해 강경한 관세 정책,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취할 것이다.
넷째,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로운 감세법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세금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상쇄시키는 수단으로써 관세 인상 정책을 활용할 것이다.
다섯째,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 미국의 군대와 관련 산업을 재건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해군력 강화에 필수적인 조선업 분야가 상당히 뒤처져 있기 때문에 조선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정들을 없애고자 할 것이며, 조선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다.
여섯째, 국제적인 에너지 협약보다 미국의 에너지 생산업체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부흥을 위한 LNG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에 LNG 선박 건조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관계를 도모해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선순위 정책들의 집행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것이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의 예산을 삭감시킬 우려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길 것이다.

한국은 서로 ‘윈-윈’ 하는 이미지

“한국은 서로 ‘윈-윈’ 하는
산업 협력 아이템으로
한·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며,
다른 주요국들과의 관계도
주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서로 ‘윈-윈’ 하는
산업 협력 아이템으로
한·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며,
다른 주요국들과의 관계도
주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관세 정책에 대한 전망과 영향

이러한 우선순위 정책 중 많은 국가들이 우려하는 정책은 관세 정책이다. 관세 정책은 트럼프의 취임 직후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이며, 방식에 있어서는 국가별로 차등을 보일 전망이다. 우선 동맹국과 적대국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보편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미국의 상대적인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을 대상으로 표적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 대상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순인 것으로 드러난다.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 정책이 취임 이후 100일 이내 발표할 정책 패키지에 포함될 것이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강력한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산업을 표적으로 삼은 관세를 도입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 중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무역적자의 25%에 달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적자의 72%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 조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경우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중간재들에 적용되는 원산지 규정을 고려해서 과다한 관세 부과로 인해 불이익이 심화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한·미 관계 강화를 향한 돌파구

우선순위 정책 중심으로 정책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분야에서 서로 ‘윈-윈’ 하는 산업 협력 아이템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제안(Korean Offer)해야 한다. 트럼프 2기는 대중국 압박을 위한 새로운 규제나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취할 것이기에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반도체·방산·조선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또한 미국 이외의 다른 주요국들과의 관계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WTO 탈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폐지 등을 추진하며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후퇴하는 만큼 한 걸음 더 전진해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다자간 무역 이니셔티브 추진 등으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확립해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의 안전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필요가 있으며, EU도 가입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한국의 이러한 주도적인 역할이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