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롯데다운 확신으로
현장에서 실행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다운 확신으로
현장에서 실행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은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를 시작으로 유통, 관광, 화학, 건설 등의 분야로 확장하며 고객에게 행복을 전해왔다. 2024년 8월에는 브랜드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Change Today, Create Tomorrow)의 영문 버전을 교체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속 성장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고객의 삶에 가치를, 인류의 삶에 풍요를 더해온 롯데그룹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글 김혜원
사진제공 롯데그룹
Q. 만나뵙게 돼 영광입니다. 전 세계 사업 현장을 두루 방문하느라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A. 유럽 외에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곳을 다니느라 한국에 있는 시간이 적을 정도였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벨기에와 폴란드 등지의 식품 현장을 방문해 메가 브랜드를 육성하는 ‘원롯데’(One LOTTE)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거든요.
먼저 10월에 ‘가나초콜릿’ 탄생 한국 50주년과 일본 60주년을 기념해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했습니다. 현지 카카오 생산지를 점검하는 한편 카카오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카카오 농장 환경 지원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ESG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약속하고 돌아왔죠. 출장 당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웸켈레 케베츠웨 메네(Wamkele Keabetswe Mene) 사무총장도 만나 아프리카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10월 말에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ABC(Asia Business Council)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중동 국가의 미래 산업 투자 계획과 향후 발전 전망에 관해 듣고,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과 당사의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11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주요 랜드마크 건축물과 메디슨 스퀘어가든 등 대형 아레나 시설을 시찰하고, 미국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현지 법인 관계자에게 미국 사업 현황도 보고받았습니다.
Q. 오늘날 글로벌 기업에 진입하기까지 롯데그룹은 60여 년간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그룹의 핵심 역량을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요?
A. 현장경영 정신과 강력한 실행력입니다.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신 신격호 명예회장께서는 만 20세이던 1942년 단돈 83원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의 롯데그룹을 세우셨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살피는 현장경영 정신을 바탕으로 일궈내신 결과죠. 이러한 현장경영 정신이 지속 가능한 기업의 첫걸음 아니겠습니까. 다음 단계 역시 중요합니다. 현장을 살폈다면 머릿속에만 남기지 말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롯데그룹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실행력이 중요하기에 하반기 경영진 전략회의(VCM)에서도 이를 강조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도 현장경영 정신과 강력한 실행력을 자양분 삼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겠습니다.
Q.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롯데다운’ 모습이란 무엇인가요?
A.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입니다. 롯데그룹만큼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 기업은 없을 거예요. 국내 최초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개업한 데 이어 복합 쇼핑몰, 테마파크, 온라인 쇼핑몰 등을 운영했습니다. 식품 분야를 호텔, 관광, 유통 분야로 성공적으로 확장한 것이죠.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1990년대에 석유화학 사업을 상장하며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추진했습니다. 아마 많이들 가보셨을 텐데, 롯데건설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에 세워진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이자 우리나라의 대체 불가능한 랜드마크입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여러 사업 분야에 도전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혁신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며 ‘롯데답게’ 성장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Q.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하고 계시는 분야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한국 문화, 특히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롯데그룹은 인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인구 국가인 동시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보이는 주요 신흥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현지 수요만으로 매출 규모가 막대한 데다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와 인접해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잠재력도 높습니다.
롯데는 2004년 인도 제과업체인 패리스(Parrys)사를 인수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인도에 진출했고, 현재 인도 초코파이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논의한 대로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요. 인도에 해외 최초의 빼빼로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2035년까지 글로벌 10위, 아시아 1위 브랜드로 성장할 빼빼로 브랜드를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Q. 2011년부터 롯데그룹의 회장직에 오르셨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의사 결정을 해오셨을 텐데요. 결단력 또는 추진력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A. 경영 방침을 명확하게 세우면 의사 결정이 쉬워집니다. 롯데그룹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원칙을 되새겼습니다. 단기간에 수익이 나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에 위배되는 선택이라면 과감히 포기했고, 미래에 기업 가치를 높일 만한 사업이라면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기존 사업에서는 핵심 분야를 리뉴얼 또는 리브랜딩해 강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신성장 사업은 지속 발굴해 투자하면서 미래 성장의 씨앗을 키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분야에는 무분별한 투자와 확장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을 수시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결정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가요?
A. 최근의 일이 먼저 떠오르네요. 현재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성장 산업인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1 등에 투자를 결심한 것입니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바이오 경력 15년 이상의 임직원 등도 함께 승계했습니다. 바이오 같은 첨단 분야는 투자부터 영업 이익 발생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빅 딜’을 통해 이 기간을 1년 내외로 단축했죠. 2030년까지 30억달러를 투자해 총 36만L 규모의 공장을 인천 송도에 건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 1. 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Q. 다양한 산업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의 AI 활용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활용은 필수입니다. 특히 롯데처럼 식품, 유통, 화학 등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지식의 내재화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은 매우 중요합니다.
롯데그룹 역시 생성형 AI 기술을 업무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롯데웰푸드와 롯데마트에서는 AI로 고객 수요를 예측해 더욱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외부 요인을 반영해 정확성을 지속 향상시킬 예정입니다. 그러니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고객과 파트너사를 비롯한 모두에게 이로운 혁신의 도구인 셈입니다. 향후 롯데는 고도화된 AI에 기반한 정보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잠재 시장을 발굴할 것입니다.
Q. 앞으로 롯데그룹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A. 롯데그룹은 4대 신성장 테마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신성장 테마 중 첫째는 바이오 및 웰니스(Bio&Wellness) 분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바이오 CDMO 사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시니어 타운, 차세대 식품 소재, 푸드테크 신사업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둘째는 모빌리티(Mobility) 분야입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EVSIS 사업부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는데요. 스마트 물류, 미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승용·상용 EV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셋째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소 에너지, 차세대 배터리, 친환경 소재 개발 등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뉴 라이프 플랫폼(New Life Platform) 분야입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공간을 선보이는 것이죠. 콘텐츠 비즈니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AI 기반 신사업,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발전시킬 전망입니다.
“롯데그룹만큼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 기업은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며
‘롯데답게’ 성장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Q. 기업가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하셨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A. 롯데그룹은 조직 내 기업문화위원회를 만들어 성평등과 인재 육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문화가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일찍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와 남성육아휴직의무제를 도입했으며, 휴직복귀 지원 프로그램과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도 체계화했습니다. 경제계에서도 최근 저출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기업 차원에서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롯데와 같은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이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롯데그룹은
4대 신성장 테마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 기업가정신의 핵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글로벌 개척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그룹은 1세대 창업주이신 신격호 회장님의 글로벌 개척 정신을 계승해 롯데벤처스를 설립했습니다. 최근에는 한·일 양국의 우수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죠. 이러한 스타트업 혁신 DNA, 즉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 봅니다.
Q. ‘인간 신동빈’의 면모도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A. 겨울에는 스키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와 지역을 대표하는 스키 선수로도 활동한 적이 있거든요. 단순한 취미 활동 이상으로 스키에 애정이 많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스키협회장을 지냈고, 2022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영입해 ‘롯데 스키팀’을 창단하는 등 우리나라의 스키 수준을 높이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테니스를 하거나 야구를 관람하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Q. 롯데그룹의 회장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서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셨는데요. 한국 경제를 위해 향후에 희망하시는 역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2023년부터 한·일 관계가 많이 회복됐다고 느끼는데요. 한국과 일본에 기반을 둔 롯데그룹이 양국 간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2023년 여름에 일본 3대 경제단체 중 ‘경제동우회’가 10여 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실로 오랜만의 방한이었기에 당시 경제동우회에서 롯데에 도움을 요청했고, 효과적으로 교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호 간 노력이 빛을 발해 우리나라 정부, 기업, 경제단체 등과 만족스럽게 소통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일 경제 교류의 교두보로서 양국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