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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업,
누가 먼저 도전할 것인가
생성형 AI의 생태계 현황과 대응 방향
영화 <그녀>(Her, 2013)에는 인간과 교감을 나누는 인공지능(AI) '사만다'가 등장한다. 사만다는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가 하면, 주인공에게 위트 섞인 농담을 건넨다. 11년 전에 개봉된 이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월에 상대방의 표정과 숨소리를 인식하는 등 실시간 상호 작용이 가능한 AI 모델 'GPT-4o'가 공개된 것이다. AI가 복합적으로 발전하는 요즘,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김혜원
사진 제공 LG AI연구원
LG그룹의 '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의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LG그룹은 2020년 12월 AI 기초•응용 연구 분야의 글로벌 선도와 LG그룹의 AI 역량 강화를 목표로 'LG AI연구원'을 출범했습니다. AI를 통해 LG 계열사의 난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범 이후 AI연구원은 딥러닝의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Enterprise AI 연구 확장을 위한 초거대 AI 개발을 선언하고, 지난 2021년 12월에 초거대 AI 모델 'EXAONE'(EXpert AI for EveryONE)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LG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어•영어 이중 언어 모델과 Image-text 양방향 멀티모달 모델을 모두 상용화한 기업입니다. 이제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들과 동등한 성능의 'EXAONE 3.0'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AI 연구 생태계 발전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타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로 보이는데요.
LG그룹도 처음에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연구원 출범 초기에는 국내 AI 인재, AI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그러나 미래기술 선점에 대한 신념으로 그룹 차원에서 지난 4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의 결과 AI연구원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생산라인,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등 그룹 전체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AI 전환 가속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LG의 AI 플랫폼은 무엇이 다른가요?
LG AI연구원은 시작부터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문가 AI’에 집중했습니다.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신뢰성, 경제성을 갖춰야 하기에 글로벌 전문 데이터 업체와 협력해 전문 문헌에 기반하고 저작권 문제가 없는 데이터를 학습시켰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산업에 특화된 모델과 기술을 개발했고, 행정안전부·특허청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EXAONE 2.0을 기반으로 인간과 AI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3대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전문가용 대화형 AI 플랫폼인 ‘EXAONE Universe’, 화학·바이오 분야 발전을 앞당길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 플랫폼인 ‘EXAONE Discovery’, 인간의 창의적 발상을 돕는 멀티모달 AI 플랫폼인 ‘EXAONE Atelier’입니다. 이 플랫폼들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전문가의 프로페셔녈리즘(ProfessionAIism)을 더욱 완벽하게 보완하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하도록 돕는 등 여타 생성형 AI와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합니다.
올해 8월부터는 LG 임직원을 대상으로 ‘ChatEXAONE’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EXAONE 3.0을 기반으로 만든 ‘Enterprise AI Agent’로 실시간 웹 정보 기반의 질의응답, 문서·이미지 기반 질의응답, 코딩,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사용자의 직군에 적합한 기능과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LG 구성원은 ChatEXAONE으로 검색부터 요약, 번역,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코딩까지 다양한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ChatEXAONE은 기업용 AI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구성요소를 구축해 활용 사례를 확보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AI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CEO는 AI를 직접 이해하고,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AI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CEO는 AI를 직접 이해하고,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LG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AI 도입을 통해 경영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관련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2021년 12월 LG의 초거대 멀티모달 모델 ‘EXAONE’의 첫 버전을 공개한 이후 AI연구원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성능을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EXAONE은 LG 그룹 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먼저 LG이노텍과의 협업을 통해 소량의 정상 데이터만으로도 불량품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AI 비전 검사 시스템이 개발되었습니다. 신규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기존 데이터 활용 대비 불량품 선별 프로세스 구축에 걸리는 리드 타임(Lead Time)이 90% 단축되며 생산 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둘째로, LG유플러스의 생성형 AI ‘익시젠’(ixi-GEN)에 핵심 기술을 제공해 통신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익시젠은 EXAONE에 LG유플러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통신 전문 AI 모델로, 통신 서비스 관련 질의응답과 고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LG디스플레이와는 디스플레이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지식을 학습하고 분석하는 데 EXAONE을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 품질 강화 방법 알려줘”와 같은 질문에 대해 디스플레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산업 현장에서 잘 활용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사례에서의 높은 성능입니다.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고성능 모델이 발표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뛰어난 성능을 증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AI연구원이 발표한 EXAONE 3.0은 실제 사용성(ReAI-world use case)에서의 높은 성능에 집중한 모델입니다. 이는 EXAONE 모델이 멀티턴 대화, 지시 수행, 추론, 수학 등 인간 선호도의 중요한 요소에서 최상위 수준이며 전문가와 기업이 보유한 각종 전문 문서(Domain-specific document and data)와 결합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AI연구원은 EXAONE 3.0을 기반으로 LG 각 계열사를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이어나가며 혁신 속도를 높여갈 계획입니다.
작년 12월에는 세계적인 비영리 유전체 연구기관인 잭슨랩(JAX)과 업무협약을 맺어 이목을 끌었습니다.
잭슨랩은 의료 분야 연구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대중적인 AI 모델에 초점을 맞춘 해외 빅테크 기업 대신 산업 분야에서 특화 AI 기술력을 보유한 LG와의 협업을 선택했습니다. 양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잭슨랩의 풍부한 의료 데이터와 LG의 AI 기술을 결합, 알츠하이머·암과 같은 난치병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선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해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병리 이미지만으로 빠르게 암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과 개인별 유전체 특성에 적절한 방식을 의사에게 제안하는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 개발 등을 진행 중입니다.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의료 AI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글로벌 의료 AI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생성형 AI 생태계와 민간의 AI 도입 현황은 어떤가요?
생성형 AI는 이제 Hype 사이클을 넘어 실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매킨지 설문조사(McKinsey GlobAI Survey)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AI 도입 기업 수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인 마케팅·세일즈와 IT 직군에서조차 실제 생산에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합니다. 이는 생성형 AI 도입을 위한 기술적·경제적·조직적인 장벽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생성형 AI 기술이 본격적인 확산과 활용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이며, 연구 성능과 실제 산업 현장에 구현되는 AI 기술 사이에는 성능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산업별 맞춤형 모델과 관련 데이터·리스크 등을 잘 준비한다면, 생성형 AI 도입으로 일하는 방식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AI 도입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기술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미국 기업에 비해 도입 속도가 더딘 것이 현실입니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AI 기술을 적극 사용해보고 필요한 기술들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실무에 빠르게 적용하는 강점이 있지만,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아직 그러한 강점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민간이 협력해 AI 기술 도입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이 AI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접근이 필수입니다. AI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또 AI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해 데이터 유출 등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AI 이니셔티브에 대해 기업 CEO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AI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I가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나아가 각 사업 분야에 적용되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AI를 통해 기존 대비 10%의 생산성 향상을 이룬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O는 AI를 직접 이해하고,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