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최초'의 저력
미국 제66대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박사
'최초'의 저력
미국 제66대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박사
Profile
- 美 덴버대학교 정치학 학사·박사
- 美 노터데임대학교 정치학 석사
- 美 국무부장관(2005~2009)
- 美 국가안보보좌관(2001~2005)
- 美 스탠퍼드대학교 부총장(1993~1999)
Q. 8년 만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후버 연구소장으로서 최근 바쁘게 지내신다고 들었습니다.
A.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는 교육, 기술, 거버넌스, 정치, 국가 안보 등의 주제와 관련된 문제를 탐구하는 스탠퍼드대의 연구센터입니다. 오늘날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에 대한 정책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저는 연구소장으로서 관련 분야에 대해 후버와 스탠퍼드의 전문가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학생, 미래 리더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행운인데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Q. 박사님께서는 성별과 인종의 장벽을 허물고 고정관념을 깨뜨린 선구자이십니다. 지난한 도전 속에서 특별한 교훈을 얻으셨을 것 같습니다.
A.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성취를 몇 가지 이뤘지만 단지 최초가 되기 위해 도전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을 뿐이죠. 좋은 멘토를 많이 만났고, 교육자였던 부모님의 조언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멘토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주는 존재이기에 청년들이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저서 『최고의 영예』(No higher Honor)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셨는데요. 회고록을 출간하신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세계 기술과 사회 발전의 선도적인 혁신국 중 하나가 되는 과정에 대해 늘 경탄해왔습니다. 지금까지 한미 관계는 굳건하게 유지되어왔고,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적 유대관계가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준 한국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미국,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힘과 안전은 한국의 안보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봅니다.
Q. 박사님은 6~7년 전에 북한 김정은이 미래 국제관계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 푸틴, 시진핑, 김정은의 조합에 대한 우려점과 한국 및 서방 세계의 대응 방법을 질문드립니다.
A. 세 명의 조합은 우려스럽지만, 그들의 초점은 진정한 공통 이익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시스템을 약화하고 대체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과 이란을 개별적으로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도 태평양(Indo-Pacific) 지역에서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러시아가 승리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해야 합니다.
Q. 강대국 간 경쟁이 강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한반도 북핵 위협 증가와 북러 관계 강화 등의 상황에서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네 가지 때문에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싶습니다. 첫째, 민간 부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작고 의존적인 국가에서 국제 경제의 성장 엔진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계의 혁신 덕분입니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민간 부문은 인재를 활용해 리스크를 감수하며 창조적 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혁신과 성장을 추구합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오직 민간 영역만이 달성할 수 있는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기술 혁명입니다. 합성생물학, 양자컴퓨터, 우주의 상업적 개발, 로봇공학 등의 기술 발전은 헬스케어와 교육에 활용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 여전한 민주주의 연대입니다.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민주국가들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냉전 이래로 가장 강력하게 단합 중입니다. 작년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 직후 후버 연구소가 주최한 한일 정상좌담회는 민주국가들이 역사문제 등의 간극을 극복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청년세대의 힘입니다. 현재 청년들은 40여 년간 대학에서 가르친 학생들 중 가장 ‘공적’인 마인드를 가진 세대입니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세대를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라고 부르는데, 한국에도 한국전쟁에 참전한 가장 위대한 세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발전은 위대한 하나의 세대가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대를 거듭한 전진으로 달성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청년세대는 민주주의, 자유시장, 그리고 민간 부문의 횃불을 미래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한미 관계는 굳건하게 지켜져왔고,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힘과 안전은 한국의 안보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봅니다."
Q.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스탠퍼드대 부총장 등 최고위직을 역임하셨습니다.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을 때 박사님의 접근 방식과 철학, 그리고 건전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가요?
A.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사실을 알고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많이 질문하세요. 특히 심한 압박을 받거나 전문 분야가 아닌 주제를 마주한 경우, 유능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이들의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다양한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존중하지만, 그 의견은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것이어야 합니다. 정보를 수집한 후에는 항상 “우리가 여기서 성취하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직면한 한계를 고려할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달성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세요. 올바른 질문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풍부한 데이터에 입각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셋째,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압박을 받으며 결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자신을 경계하는 동시에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 또한 결정이지만, 사람들은 무응답보다 차라리 ‘아니오’라는 답을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Q. 판단력만큼 중요한 것이 의사소통인데요. CEO와 오피니언 리더가 갖춰야 할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좋은 의사소통은 상호 존중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좋은 리더는 모든 사람의 기술과 능력이 공동의 목표와 하나의 가치를 향해 노력하는 견고한 팀을 만듭니다. 참된 리더십은 다른 사람들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자신보다 더 큰 집단의 일부라는 인식을 일깨우고, 혼자 하지 못한 일을 함께 해내도록 독려하는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신뢰와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와 협력은 팀원들 간의 솔직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개개인의 총합 이상으로 조직을 강화하는 힘입니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통해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이고, 더 성공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Q.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혁신과 윤리적 표준의 공존에 대한 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양자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A. 기술은 그 자체로 해결책이 아니라 도구일 뿐입니다. 따라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 것만큼이나 실험에서 책임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위험이 발생할 것을 지나치게 우려해 규제 설정을 서두른다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성급하게 규제를 설정하기 전에 새롭게 조성된 환경을 경험하면서 파악부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개발 분야에서 인간의 가치에 대한 보호는 연구자들에게는 계속되는 도전이 될 것이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불태웠다면,
본인이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있다고 믿을 차례입니다.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문을 활짝 열어보세요."
Q.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로서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리는 부서지는 것이기에, 유리천장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니라 정상(top)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러시아(구 소련) 군사 전문가로서 관련 미팅에 참석할 때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지만, 저는 늘 그들도 제가 적임자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를 향한 의심은 흘려보내고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다른 사람의 갑절 이상으로 노력하고 준비하며 성공을 꿈꿔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열정을 불태웠다면, 본인이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있다고 믿을 차례입니다.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기회를 활짝 열어보세요.